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법에서 '성매매'를 '성매수'로 바꾸고 성매수 대상자를 처벌하지 않는 성매매처벌법 전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여성·시민단체들은 발의 당일 기자회견을 열고 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튿날 성평등가족부 토론회에서는 온라인 환경에 맞춘 대응 방향이 논의됐다.

개정안은 법률 용어부터 바꾼다. '성매매'는 '성매수'로,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는 '성착취 목적 인신매매'로 바뀐다. 성매수나 알선, 촬영물 제작, 인신매매의 대상이 된 사람은 '성매수 대상자'로 규정해 처벌 대상에서 뺀다.

알선의 범위는 넓어진다. 성매수를 권유·유인·강요하거나 대상자를 고용·모집하는 행위가 포함된다. 성매수에 쓰이는 줄 알면서 자금이나 토지, 건물을 대는 행위도 알선에 들어간다. 범죄수익뿐 아니라 그 수익에서 불어난 재산도 몰수하도록 했다.

수사와 재판 과정의 보호 장치도 담겼다. 성매수 대상자는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전담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조사를 맡는다. 법원은 증인지원시설을 설치하고 증인지원관을 둬야 한다. 알선자가 대상자에게 가진 채권은 무효가 된다. 외국인 대상자에게는 통역과 번역을 지원하도록 했다.

발의 시점은 현장의 요구와 정부 논의가 맞물린 때다. 한국NGO신문은 발의 당일 여성단체들이 서울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 개정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18일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동안의 정책을 점검하고 급변하는 온라인 환경에 맞춰 새로운 대응 방향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성매매 단속 검거 인원이 14년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발의자는 현행법이 성매매자를 '피해자'와 '성판매자'로 나누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강제나 강요가 명백히 드러나지 않으면 실질적인 피해자라도 성판매자로 처벌받는다고 제안이유에 적었다. 성 의원은 2011년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한국에 '성매매 여성을 비범죄화하고 성매매에 개입된 여성들을 처벌하지 않도록 성매매관련 정책과 형법을 포함한 관련 법안들을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성매수가 성착취임을 분명히 해 범죄를 예방하겠다는 게 발의 취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 의원은 "여성이 경험하는 폭력과 차별을 개인의 선택과 책임만으로 설명해서는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 운영위원장은 "성매매 현장에서는 자발과 강제, 행위자와 피해자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제주도민일보는 정은숙 제주여민회 대표가 "성매매를 개인의 선택이나 일대일 거래로 볼 수 없으며, 성별 권력관계와 경제적 불평등, 여성의 성을 상품화해 이윤을 얻는 조직적인 시장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확인된 보도에는 개정안에 반대하거나 우려하는 쪽의 입장이 없다.

법안대로라면 성매수 대상자는 처벌 부담을 벗고 수사·재판 과정에서 법률 조력을 받는다. 반면 성매수자와 알선자, 장소나 자금을 대는 사람은 처벌 범위가 넓어지고 수익을 더 많이 몰수당한다. 공동발의에는 민주당 김영배·문금주·이개호·이수진·이주희 의원과 진보당 손솔·윤종오·전종덕·정혜경 의원이 참여했다. 한겨레는 성매매처벌법 전부개정안 발의가 "2013년 이후 12년 만"이라고 보도했다.

배경과 맥락

22대 국회에서 성매매처벌법 개정안은 이번이 4번째다. 앞선 3건 가운데 2건이 계류 중이다. 21대 국회에서는 7건이 발의돼 2건이 가결됐고 5건은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번 법안은 전진숙 의원이 22대 국회에서 대표발의한 103번째 법안이다.